사실은 몸이 예민해졌다는 걸, 식탁에서 먼저 느꼈습니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그래도 집밥은 먹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있으니, 적어도 식사는 크게 문제없다고 여겼습니다.
바쁠 때는 대충 먹고,
야근한 날에는 배달로 끼니를 해결하고,
주말에 한 번 정리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졌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예전의 몸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이것입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보다 ‘계속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좋다고 알려진 음식도 많고, 피해야 할 성분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직장을 다니고 집안일을 병행하며 매 끼니를 계획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완벽한 식단은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이 음식은 내가 일주일에 몇 번이나 먹을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이 되는 음식들만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새롭지 않아도, 익숙해도,
계속 반복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식이섬유로 몸의 리듬이 먼저 달라졌습니다.
식이섬유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 역할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식이섬유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지점은 ‘배가 편해졌다’가 아니라
하루의 리듬이 덜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식이섬유가 충분한 식사를 한 날은
아침 공복 시간이 길어도 속이 예민해지지 않았고, 점심을 먹은 뒤에도 졸림이 급격히 오지 않았습니다.
이후부터는 식단을 볼 때
“오늘 채소를 먹었는가”가 아니라
“오늘 식이섬유가 식사의 중심에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무, 배추, 시금치처럼 제철 채소가 자주 올라간 식단은
몸을 자극하기보다 하루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식단에서는 식이섬유가 ‘부족하지 않게 채워졌는지’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 되었습니다.
2. 단백질은 체력이 떨어질 때 가장 먼저 빠져 있던 요소입니다.
단백질 역시 누구나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 성분입니다.
하지만 실제 식탁에서는 반찬 하나쯤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단백질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피곤함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이 부족한 날의 피로는 잠을 자도 회복되지 않았고,
카페인으로도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고등어, 두부, 달걀처럼 단백질이 분명하게 보이는 식사를 한 날은
같은 일정이어도 체력이 더 오래 유지되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단백질을 영양소가 아니라
하루를 끝까지 버티게 해주는 구조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메뉴 이름보다
이 식사에 단백질의 자리가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3. 불포화지방산을 줄였더니 오히려 더 피곤해졌습니다
한동안은 기름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식사를 구성했습니다.
담백하게 먹는 것이 곧 몸에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먹을수록 피부는 더 건조해졌고, 몸의 피로는 오히려 쉽게 쌓였습니다.
이후 등푸른 생선과 참기름, 들기름을 식단에 다시 포함시키면서
‘지방을 줄이는 것’과
‘지방을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된 식사는
몸을 무겁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컨디션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름을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지방을 쓰는지를 기준으로 식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현재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이론적으로 정리한 원칙이 아닙니다.
지금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식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기준입니다.
아래 식단표는 그 기준을 그대로 옮긴 기록이며,
지금도 실제로 유지하고 있는 구성입니다.
그래서 식단은 화려하지 않지만,
다음 주에도 다시 만들 수 있는 메뉴만 남았습니다.
<제철 식재료 기준 일주일 집밥 식단>
| 요일 | 국/찌개 | 메인 | 곁들임 |
| 월요일 | 무·미역국 | 두부부침 | 시금치나물 |
| 화요일 | – | 고등어 무조림 | 배추겉절이 |
| 수요일 | – | 우엉채 볶음 | 달걀찜 |
| 목요일 | – | 닭가슴살 채소볶음 | 무생채 |
| 금요일 | – | 꽁치 김치조림 | 두부무침 |
| 토요일 | 배추된장국 | 삼치구이 | 나물 |
| 일요일 | – | 채소 비빔밥 | 달걀후라이 |
완벽해서 선택한 식단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식단이 남았습니다.
'Kind Pantry'는 다음의 기준을 믿습니다.
- 몸이 먼저 편안해지는 음식입니다.
- 설명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 일주일 뒤에도 다시 만들 수 있는 메뉴입니다.
이곳은 잘 차린 한 끼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계속 돌아가는 식탁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바쁜 하루 중 잠시 들러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친절한 창고, Kind Pantry입니다.